2025년 가을, 무르익어가는 새 학기의 시작
2025-26 학기가 파키스탄 국립외국어대학교에서 시작되었다. 9월, 영국에서 약대를 다니는 큰딸은 4학년에 올라섰고, 파키스탄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는 둘째 딸은 11학년을 시작했다.
지난여름, 나는 아빠를 요양원으로 보낸 x년이 되었다. 눈물마을 날이 없는 엄마에게 남은 인생을 즐기시라고 말하면서, 정작 나는 알 수 없는 깊은 슬픔에 잠기곤 한다. 시간이 약이겠지….

인천공항에서 영국으로 파키스탄으로 헤어졌다.
푸른 바다 속으로 풍덩~~ 필리핀 세부로~~
치매는 옮는 병은 아니지만, 가족 모두 웃을 수 없는 가족 모두 아프게 하는 병이다. 가족 모두에게 잠시 숨 고르기가 필요했다. 그래서 선택한 곳이 바로 필리핀 세부다.
그 곳에서 찍은 사진들을 보며, 지금의 나를 위로하며 앞으로 나아갈 동력을 받으리라 기대한다. 오늘도 우리 가족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힘내길 바라며, 나 또한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여기고 싶다. 지난여름의 뜨거운 햇살처럼 다시 웃을 날이 오리라 믿는다.

▲비행기 멀미약이 있는 줄 이번에 알았다. 인천공항에서 구입한 멀미약 12,000원(비싼 듯 하지만, 공항에서 차선이 없기에~~). 인천-세부, 필리핀항공 이용. 탑승 3일 전, 항공사에 휠체어 이용 신청. 보딩패스 받을 때, 휠체어 전달 받음. 교통약자는 항공기 먼저 탑승하고, 제일 나중에 내린다. 보행이 불편한 친정엄마를 위해 이번에 처음 이용한 휠체어 이용. 보안검색도 배려되어 이용하기 편리했다. 휠체어 탑승자 덕에 오히려 편했던 항공여행.

▲숙소:블루워터마리바고
투숙객 절반은 한국인, 그다음이 일본인, 그리고 기타 국적 여행자들이다. 거리엔 온통 한글간판이다. 심지어 인근의 <보홀>이라는 도시는 ‘경기도 보홀시’라고 불릴 정도라니~~.
호텔 조식 종류는 다양하지만, 맛은 아쉬움이 가득하다. 야채와 과일조차 이토록 맛이 없기도 쉽지 않은데 ㅋ. 미안하지만 주방장이 맛없게 하려고 일부러 애쓴 것 같은 느낌 같은 느낌. ㅎㅎ그럼에도 호텔 위치와 서비스, 직원들의 친절함, 그리고 가격은 충분히 만족한다.

▲필리핀 3박 5일 일정 중. 1일 1마사지 실천, 호텔 수영, 바닷가 멍~~ 때리기. 태국 여행을 자주 갔던 우리는 태국 마사지에 대한 환상(?)이 있었는데, 와~~ 필리핀 세부 한인업소 마사지 정말 잘한다. 태국마사지보다 훨~ 낫다. ㅎㅎ. 매일 4회 모두 다른 곳을 갔는데.. 모두 완전~ 대박~ 만족이다. 게다가 2인 이상이면 픽앤드럽과 해이파워 할인까지~~ 완전 강추!!!!
▲세부 투어:오슬롭 고래상어 캐녀닝 모알보알 호핑
친정 엄마와 나는 호캉스를 즐겼고, 아이들은 극강 체험에 도전했다. 새벽 2시에 호텔 픽업, 밤 9시에야 호텔 복귀, 장장 19시간짜리 투어다. 일정은 고래상어가 출몰하는 새벽 바다에서의 수영으로 시작해 투말록 폭포 탐험, 모알보알에서 거북이와 정어리 떼와 함께하는 스노클링까지 이어졌다.
1인당 약 25만 원으로 다소 비싼 투어라 생각했는데, 돌아온 아이들의 이야기와 사진, 영상을 보니 이 정도면 오히려 대박 상품이다. 현지 가이드의 밀착 케어, 숙소 픽업과 드롭, 아침과 점심 제공은 물론 바다상어와 거북이와의 수영, 캐녀닝과 짚라인까지 알차게 포함되어 있었다. 이날 투어 참여자들은 20대 남성, 여자는 우리 두 딸뿐이었다고. 느꼈지만 울 딸들은 예전부터 “진정한 테토녀”다.
▲세부 한바다 선셋 호핑
‘세부에 왔는데 바닷물에 발은 담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요트 투어를 신청했다. 70대 친정엄마, 50대 나, 그리고 두 딸까지 함께 떠난 투어는 모두에게 만족스러운 경험이었다.
투어에서는 2인당 1명씩 현지인 가이드가 배정되었는데, 바다 속 스노클링 중 안전을 책임질 뿐 아니라 점심과 음료 등 배 위에서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담당해 주었다. 우리 가족은 4명이었기에 가이드 2명이 함께해 주었고, 바닷속 촬영이 가능한 카메라로 사진과 영상을 열정적으로 많이 남겨주었다.
무엇보다도 거동이 불편한 엄마를 세심하게 챙겨주어 감동이었다. 밀착 케어 덕분에 엄마는 스피드 보트 탑승까지 할 수 있었다. 지금도 엄마는 마음이 울적할 때면 그 영상을 꺼내 보신다고 한다.
필리핀 세부 현지 교통수잔 뚝뚝이를 이용해 시내 마트를 다녔다.
친절한 필리힌 현지인들, 거동이 불평한 울 엄마를 밀착 케어하는 현지 가이드, 현지 운전기사분들.
▲해외 한인 업소에 대한 오해와 착각
사실 나는 ‘필리핀’ 하면 도박, 마약, 한국인들이 사고 치고 도망가는 곳 정도로만 생각했었다. 이번 여름 원래는 태국 여행을 계획했지만, 딸들이 깨끗한 바다 스노클링을 원해서 고민 끝에 세부로 방향을 정했다. 결과적으로는 대만족이다.
해외여행을 하다 보면, 특히 동남아 지역 한인업체에는 특유의 분위기가 있다. 다소 미안한 표현이지만, 조금 능글맞고 퇴폐적인 기운, 그리고 한국어 사용 가능 특성을 내세워 어딘가 뒤처진 듯한 묘한 분위기 있다. 그런데 이번 세부 여행에서는 투어와 마사지 모두 한인업체를 이용했는데, 내가 정말 착각과 오해였으며, 사실 내가 뒤처졌음을 확인했다.
세부에서 만난 한인들은 30~40대의 건강하고 성실한 기운이 가득했고, 친절과 전문성은 기본이며 신뢰할 만한 인상을 주었다. 온라인 후기와 평점으로 모든 서비스가 투명하게 공개되니 더 믿음직하게 다가왔는지도 모르겠다. 우리 딸의 표현을 빌리자면, “비누 같은 사람들”이라는 말이 딱 어울렸다. 깨끗하고 신뢰할 수 있다는 뜻일 것이다.
이번 경험을 통해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해외에 사는 한국인들을 평가하기 전에, 파키스탄에 사는 나를 한국 사람들이 본다면 어떤 생각을 할까 생각한다. 이럴 때 하는 말, “너나 잘 하세요~~~” . ㅎㅎ

인천공항에서 딸이 준 사랑 가득한 편지. ‘이런 편지를 받는 엄마라면, 나름 성공한 인생이다~~’ 싶다. 보기만 해도 배부른 아이들. 울 부모님도 나를 이렇게 키우셨는데, 그런데, 그런 아빠를 난 이번 여름 요양원에 보냈다.
도대체 난 올 여름 무슨 짓을 한건가!!!!
